ksh@nature 2012. 3. 19. 13:19
예전에 어렸을 적에 안좋은 일이 있엇다.

고2때 일이었다.

장마 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들 일찍 하교하는 분위기였다.
시내에 사는 나는 늦게 하교해서, 늦게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역을 넘어 가는 구름다리를 지나야 했는데.
그 구름다리를 지나는 도중이었다..
누군가가 탁탁 소리를 내며 내 뒤를 쫓아오며, "이봐" 하면서 나를 부르며, 내 앞으로 넘어가며 길을 막았다.
딱 느낌이 왔다. 이거 돈 좀 뺏으려는 놈이군.. 근데, 순간적으로 가소로워 보였다.
키도 작고, 내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놈이었다. 그래서, 뭔데 하면서, 무시하고 지나갈려고 했는데..
그 놈이 길을 다시 막았다.  좁은 구름다리라서, 길이 쉽게 막혔다.
좀 실갱이 하고 있는데, 뒤에서 "뭔데?" 하면서, 덩치 큰넘들 여러명이 뒤에 서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비겁해 졌다..

돈도 있는대로 다줬다. 얼마 없는 돈이지만, 다 줬다. 그리고 봐달라고 사정한 듯 하다.
 
나는 그 이후로 마음의 병을 겪고 있다. 내가 싫어진 것이다. 비겁한 나자신이.
나는 비겁해 지기 싫었다. 하지만, 비겁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싸우지 않는 마음의 자세를 갖자는 갖잖은 이유를 대며, 사이좋게 지내는 그딴 방법을 쓰기도 했다.
괴롭던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계속 남아 나를 괴롭혔다. 
비겁해 지기 싫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다른 비겁자가 되어 있었다.

내 뒤에 서있던 그 무리에 내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리에 기대는 그 비겁한 모습..

나는 비겁하다..

하지만, 무리에 기대어 나를 안심시키는 그런 비겁자는 되기 싫다.

무리에 뜯겨 굴복하는 비겁자는 될 지언정 무리에 기대지는 않겠다.

내 스스로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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